계속 준우승에만 머물것인가
작년의 주전 로스터를 그대로 유지하며 우승후보로 지목되었고, 그렇게 정규시즌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고 결승에도 먼저 진출했으나 결승에서 또 다시 젠지에게 무너지며 결국 전원 퍼스트 팀 준우승라는 결말을 맞이했고 2022년 MSI부터 서머, 월즈 그리고 2023년 스프링까지 4연속 준우승을 거두면서, 이제는 큰 게임에 강한 T1이라는 이미지도 무색해지게 되었고 오히려 결승만 가면 약해지는 팀이라는 오명만 생겼다.
전체적으로 이번 결승전의 T1은 정규 시즌에 봐왔던 T1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플레이오프 전 패치로 인하여 원거리 AD 서포터들이 죽고 라칸, 쓰레쉬, 노틸러스같은 근거리 한타형 챔피언들의 티어가 오르면서 게임 운영 또한 빠르게 30분 내외로 끝내는 방식이 아닌 천천히 오브젝트 주도권을 이용해 4용을 넘어 장로까지 바라보는 메타로 바뀌면서 T1 또한 기존의 극강의 주도권 조합을 버리고 4용을 챙기는 방향으로, 더 나아가 장로 한타까지 선회하면서 KT, 젠지를 꺾으며 결승에 진출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결승 상대는 1주일 전에 3:1로 승리한 젠지였기에 관계자 또한 T1의 승리를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팬 예상 결과 또한 마찬가지였다.
T1에게 있어 아쉬운 점이라면, 결승전마다 자신들의 계산 밖의 결과가 유독 나왔다. 오너가 탑 갱부터 시작하며 날카로운 동선을 보여줬으나 예상과 달리 오히려 상대가 잘 버텨내면서 1세트부터 T1의 승리 시나리오는 어그러지기 시작했다. 1세트가 이렇게 되고 나니 T1은 침착한 운영으로 기세를 뒤집어야했으나, 어째서인지 매우 급한 모습들을 연달아 보이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때문에 3세트에서 T1이 이겼음에도 깔끔한 결과가 나오지 못했으며, 오히려 서로 물고 무는 싸움이 되면서 모든 게임이 30분을 넘기는 장기전 싸움으로 귀결되었는데, T1이 중후반 교전마다 패배하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항상 초반이 터져도 중후반에 기가막힌 플레이로 기세를 역전하거나 오브젝트를 강탈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T1이었기에 이번 패배는 더욱 뼈아픈 부분으로 남게 되었다.
T1도 분명 라인전 체급은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는데, 중요한 상황마다 급하게 이니시를 걸다 잘리는 부분이 너무 많았고 이 때문에 T1의 스노우볼링 운영이 예전만큼 돌아가질 못했다. 결국 자신들의 픽이 성공하지 못하자 더더욱 공격적으로 상대를 압박했지만, 오히려 젠지가 사이드 운영으로 버텨내자 침착함을 잃는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T1의 창과 젠지의 방패의 싸움이었는데, 견고해진 방패를 뚫을 전략을 빠르게 찾아내지 못하면서 내리 두 세트를 내주고 말았다. 물론 3세트부터는 T1도 중후반 밸류를 챙기는 픽으로 선회하며 세트를 따냈으나, 이미 두 세트를 내 준 T1에게 남은 코인은 없었고 결국 4세트 초반에 유리하게 시작했음에도 조급한 플레이로 세트를 내주며 준우승에 그쳤다. 정규시즌부터 플레이오프까지 단 2패를 한 T1이었는데 그 중 1패가 결승전이었다는 점은 T1 스스로 되돌아 봐야할 사항이 많다라는 것을 나타내는 시즌이었다.
선수들로 눈을 돌려보면 상체의 공격력이 전보다 아쉬운 모습이었다. 이는 상대팀 도란도 마찬가지였는데, 도란도 KT전 당시에 제이스로 공격력을 올리려 했다가 도리어 사이온의 방패를 뚫지 못해 패배했었고, 결국 도란이 방패를 들자 KT가 뚫지 못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제우스도 공격 포지션으로 제이스를 사용했으나 도란이 그라가스라는 방패를 든 후로 오히려 제이스가 뚫지 못하며 작전이 실패로 돌아갔다. 그 뒤에 이어서 케넨도 방패를 뚫지 못해, 결국 제우스도 방패를 들면서 게임이 장기전으로 흐르게 되었다. 이 때문에 상체부터 시작해서 와르르 무너트리는 팀 전체의 킬캐치 시나리오가 나오지 않았다.
작년 월즈 결승의 패인 역시 상체가 흔들리는 가운데, 조합 구성은 주도권과 대치구도 위주이면서 조급한 플레이, 상대에 비해 부족한 한타 설계능력 등이 드러난 것이었다. 그리고 이번 결승전에서 그 모습이 반복되버렸다. 진입 위주의 젠지 픽들에 대해서 밴픽적으로나 플레이로나 그리 저지력을 확보하지 못했고, 오브젝트에만 너무 집중해 다급한 버스트 혹은 과한 앞포지션으로 도란의 슈퍼플레이 각을 계속 내줬다. 3세트에서는 상대를 인정하고 조합을 바꿔 가장 폼이 좋았던 구마유시에게 징크스를 쥐어주면서 승리했지만, 4세트에서 구마유시가 아펠리오스, 페이즈가 징크스를 가져가 사거리 싸움을 밀리는 가운데 앞라인도 징크스 마크에 실패하자 무력하게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어찌되었건 T1에게 이번 스프링 결승전은 준우승이었음에도 잃은 게 너무나 많은 경기였고, 어떻게 우승을 정배로 취급받던 팀이 2022 MSI부터 이번 결승까지 4번이나 미끄러지게 되었나를 곰곰히 생각하고 개선시키는 모습을 보여줘야할 시기가 되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이번해부터 준우승임에도 MSI를 갈 수 있기 때문에 서머에나 볼 수 있었던 T1의 개선점을 더 빠르게 볼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