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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왕관을 쓰다(결승전 4세트)

Nishikienrai 2023. 4. 21.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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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준: 전문가 예상 다 집어치우라 그래!!!

 

전반적으로 무난한 밴픽이 이어지다가 젠지가 탑 정글이 모두 탱커인 상황에서 마지막 5픽으로 미드 트리스타나를 뽑는 의외의 선택을 한다. 사실상 올 AD 조합이 완성된 것을 본 T1은 즉시 하드 탱커인 사이온으로 응수했다. 해설진들은 젠지의 올 AD 조합이 갖는 약점 때문에 T1의 아리와 리신의 메이킹 능력, 사이온-브라움 앞라인이 활약할 가능성을 점치면서도, 젠지의 조합이 후반으로 접어든다면 밸류가 더 높다고 평가했다. 한마디로 T1이 3세트부터 중후반 밸류를 챙기는 전략으로 선회하자, 젠지는 아예 더 뒤로 미루며 우리는 극후반 밸류 본다라는 식으로 대응.

초반만 해도 부진하던 제우스가 속죄라도 하듯 도란을 솔로킬을 내고, 미드에서도 리신의 갱킹으로 킬을 내며 2대0, 뒤이어 전령 교전에서 전령은 젠지가 가져가지만 어깨형들을 앞세운 T1이 킬이득을 보면서 킬 스코어 4대 0까지 벌려나간다. 이로서 AD 비중이 높은 젠지의 조합은 방템을 두둑하게 올리기 시작한 사이온을 아무리 때려도 뚫어낼 수가 없어졌다. 미드 2차포탑에서 마오 궁에 묶인 사이온을 징크스와 트리스타나가 하루종일 패는데도 겨우 W 실드를 깔 정도. "챔피언 이름이 사이온인거고, 지금은 '신(神)'이에요!" 라는 이현우 해설의 멘트처럼 이대로 무난히 T1이 승기를 잡아가나 했으나...

3용 직전에 사건이 발생하는데, 페이커가 룰루를 물며 피와 궁극기를 빼고 뒷 혼령질주로 도망 칠 생각이었는지 적진 한복판에 달려들었다가, 역으로 도란의 크산테에게 그대로 궁으로 뒷덜미를 잡혀 뭘 해볼 수도 없이 사망해버린다. 

 

이를 기점으로 열린 한타에서 무리하게 빨려들어간 피넛이 전사하며 1:1 교환이 되었으나, 사이온이 강력한 탱킹력을 앞세워 크산테에게 Q를 연계하기 위해 점멸로 상대에게 달라붙었으나, 크산테가 점멸로 사이온의 Q를 맞지 않고 빠져나간데다 지형이 너무 좋지 않아 팀원들이 지원을 해줄 수 없는 구도가 되자 역으로 혼자만 신나게 점사당하는 구도가 나오게 되었다.

 

그러자 제 아무리 철벽의 사이온이라도 계속 두들겨맞으니 죽었고, 즉시 징크스의 신난다가 발동되어 추격하는데 페이즈 본인도 같이 신나버렸는지 음파를 맞은 상태인걸 놓치고 추격하다가 리 신에게 짤리면서 T1의 미드, 탑과 젠지의 정글, 원딜이 교환이 되었다.

 

여기까지는 동수교환이기는 해도 주력 딜러인 아펠리오스가 살아남은데다 용 주도권도 있어서 T1이 조금이라도 이득인 상황이었으나, 이 때 리 신과 브라움이 아펠의 컨디션이 괜찮다는 것만 믿었는지 딸피로 도망치는 젠지의 병력에게 아펠이 호응을 할 수 없는 위치로 달려들었다가 오히려 빨려들어가 추가로 2킬을 내주며 구마유시를 제외한 4명이 전사하여 오히려 젠지 쪽이 이득인 구도가 되며 희망의 불씨가 싹트기 시작한다.

이후 4용 직전 미드에서 대치중이던 두 팀은, 페이즈가 사이온의 풀차징 Q에 맞고 뜬 것을 놓치지 않은 페이커가 혼령질주로 페이즈에게 달려들어 만년서리 콤보를 시도하지만 페이즈는 정화-점멸로 잘 풀고 빠져나가고, 옆구리에 있던 피넛의 마오카이가 궁극기를 사이드로 절묘하게 깔아 T1 챔피언들의 발목을 효과적으로 붙잡는다.

 

이어 페이커가 남아있던 혼령질주를 이용해 앞으로 달려들며 룰루에게 매혹을 맞히지만, 굴러오던 피넛의 궁극기에 속박당하고 역으로 점사당할 위기에 처한다. 어떻게든 초시계를 쓰면서 버티지만, 페이커를 살리기 위해 대신 달려든 오너가 전사하고, 그것을 트리거로 신난다가 켜진 징크스는 프리딜을 우겨넣으며 트리플 킬을 쓸어담고 한타를 파괴해버린 뒤 바론까지 챙긴다. 

바론버프를 두르고 진격하는 젠지를 상대로 미드 수성을 시도하는 T1. 그런데 여기서 페이커가 타워를 치기 위해 앞으로 나온 페이즈에게 혼령질주로 달려들어 만년서리를 쓰려고 하지만 실수로 만년서리 대신 존야를 눌러버리는 큰 실책을 했고, 당연히 굳어버린 페이커 발 밑에 징크스의 와작와작 뻥!이 깔리고 존야가 풀리자마자 CC 연계에 두들겨 맞은 페이커는 전사해버린다. 아리가 허무하게 전사하자 수성할 힘이 크게 밀리는 T1은 신난다!를 터트린 징크스를 필두로 쭉 밀고 들어가는 젠지에게 계속해서 자리를 내줄 수 밖에 없었고, 결국 젠지는 T1의 미드 억제기까지 파괴해버린다.

말렸던 젠지의 챔피언들 성장이 회복세에 들어서고 특히 징크스가 아이템을 풍족하게 뽑기 시작하자 올 AD를 카운터하기 위해 뽑았던 사이온은 투원딜의 치속 스택용 샌드백으로 전락하면서 탱커 챔피언 특유의 유통기한이 와 버렸다.

 

방템만 두른 사이온이 분명히 투원딜 상대로 오래 버틴 것은 사실이었으나, 정작 아리와 아펠리오스가 딜을 하려고 사정거리 내로 접근하면 평타 사정거리가 600이 넘는 중후반의 트리스타나와 700을 넘는 징크스의 표적이 되어 패퇴하고 사이온만 적진 한가운데 덩그러니 남아 신나게 얻어맞다가 결국 산화하게 되는 그림이 반복되었다.

그대로 미드를 밀고 오며 쌍둥이 타워까지 깨며 젠지가 승리를 가져오나 싶었지만, 쌍둥이가 깨지는 순간 아리가 점멸-매혹-만년서리로 룰루를 노리고 아펠리오스가 뒤이어 앞점멸로 파고들며 룰루와 원딜 둘을 터트리는 필사의 수비를 시전한다.

 

특히 아펠리오스가 투사체가 날아가는 시간까지 줄이기 위해 앞플 근접 화염포 광역딜을 퍼부은 것이 주효하여 상대 3명과 동귀어진할 수 있었고 혼자 남은 마오카이까지 정리하며 간신히 한 타임 버티는 데에 성공한다. 하지만 T1도 아펠과 아리의 점멸과 목숨을 대가로 바쳤기에 말 그대로 버티는 데에 그쳤고 위기상황이 계속 이어진다.

그리고 뒤이어 젠지가 탑 라인을 밀고 들어오는 상황에서 징크스, 트타 잡자고 아리, 리신이 뒤를 잡으려 한다면 마오카이가 앞궁으로 본대를 밀고들어가면 그만이고, 그렇다고 앞에서 메이킹을 한다면 또 마오카이가 앞궁으로 묶어두고 일점사하면 그만이고, 그렇다고 대치하며 버티자니 또또 결국엔 마오카이 궁을 깔며 ‘문 열어라’를 시전하면 밀려 날 수 밖에 없는, T1의 위닝 플랜이 전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T1은 쉽사리 싸움을 걸 수 없었고, 결국 T1의 탑 억제기 포탑 앞에서 한타 구도가 세번째 상황으로 귀결되며 최후의 한타가 열린다.

이 구도에서 사이온-리신-브라움 라인을 뚫기 위해서는 반드시 크라켄이 필요한데 이 경우 돌풍이 없어 아리에게 노출되는 경우 위험해지는 템구성이 된다. 그러나 쵸비와 페이즈는 아리의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앞라인을 뚫는 템트리를 선택했고 이 때문에 아리가 딜러진 쪽으로 파고 드는 공격적인 플레이를 했는데, 이걸 쵸비와 페이즈가 개인기량으로 전부 무효화시켜버리면서 아리가 플레이 메이킹을 시도할 때마다 젠지가 턴을 흘리고 마오카이의 궁극기와 함께 반격하며 역으로 이득을 챙겨버렸다.

 

젠지가 2원딜이 모든 딜을 다 해야 하는 올 AD 조합이긴 했으나 T1 역시 AP 딜을 유틸형 챔피언인 아리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아리의 플레이가 말리자 오히려 젠지의 앞라인이 더 튼튼하게 원딜을 지켜주게 되었다.

 

신이 난듯 무리한 도란의 플레이, 포지셔닝 미스를 보인 쵸비 등 실수는 있었으나 전황이 크게 흔들릴 정도는 아니었으며 탑으로 진군한 젠지는 트리스타나와 징크스의 압도적인 공성 능력을 기반으로 포탑을 깨며 징크스의 신난다!를 발동시킴과 동시에 타워에 부착한 트리스타나의 폭발 화약 범위에 있던 T1 챔피언들의 체력을 대거 깎고, 대자연의 마수 - 와작와작 뻥! - 엔토포 타격 - 길을 여는 자 - 급성장 - 치속 풀스택에 각기 속사와 신난다!로 공격 속도를 끌어 올린 트리스타나-징크스 프리딜로 이어지는 환상적인 한타를 보여주며 전원이 생존함과 동시에 아리를 제외한 상대를 전부 잡아내며 마침내 T1의 넥서스를 파괴, 결승전을 마무리 짓는다.

젠지는 초반 상체가 통째로 망해버리면서 페이즈가 해줘야 하는 게임이 되버렸지만 젠지도 이를 알 듯 페이즈를 키우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하고, 페이커의 말도 안 되는 쓰로잉을 받아먹으며 그대로 승리로 보답해줬다. 초반 픽인 트리스타나를 들고 올 AD 조합으로 0:4, 미드 2차 타워가 밀린 상황에서 3용 전투라는 대위기 상황에서 아리의 실수를 받아먹은 뒤 망했던 쵸비와 도란의 성장이 복구, 이후 또 한번 아리의 실수를 받아먹은 뒤 페이즈가 3킬을 먹은 순간 경기의 추가 젠지로 기울기 시작했다. 안정적인 바론 사냥 이후 경기 마무리까지, 깔끔하고 침착하면서도 특급 원딜의 자격인 먼저 때리면서 메이킹을 해내는 플레이를 해낸 페이즈가 단연 수훈갑.

T1은 1,2세트처럼 자신들보다 더 후반의 밸류를 바라보는 상대의 조합을 맞이하자 이번에도 조급한 플레이를 결국 보이고 말았다. 앞서 패배한 두 세트와는 달리 젠지 상체가 초반에 휘청거리면서 훨씬 호재의 상황을 맞이했으나, 3번째 용 싸움에서 페이커의 아리가 룰루를 노린 판단 실수나 제우스의 아군 위치를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점멸 진입, 그리고 2:2교환 상황에서 끝났으면 그나마 여전히 유리했을 상황에서 오너와 케리아가 성급한 판단으로 진입했다가 오히려 2킬을 추가로 내줘 말렸던 트리스타나와 크산테가 숨을 돌릴 여지를 남겨주었다는 점이 그러하다.

 

3번째 용 싸움으로 인해 젠지의 조합 의의가 살아났고, T1은 아리-리 신의 메이킹과 사이온의 탱킹력이 젠지의 조합 앞에서 동시에 유통기한이 임박해버린 상황이라 승부의 분수령이 된 셈.

 

상대적으로 눈에 띄는 아리의 실수가 부각되어 보이나, 전체적으로는 T1 자신보다 후반 밸류를 노리는 조합을 상대할 때 드러났던 1,2세트의 급한 모습이 4세트에서는 더 극단적으로 드러난 것으로 봐도 무방하다. 경기 양상 자체는 처음에는 젠지의 실수에 힘입어 T1이 예상보다도 크게 앞서나갔고, 이 상황에서 T1이 젠지를 더 몰아붙이려다 실수를 범한 것을 젠지가 놓치지 않고 받아먹어 역전을 한 것이라 밴픽이 막 끝난 시점에서 이를 모두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결과론적으로 밴픽에서 1페이즈 두번째 픽으로 뽑은 아리가 결국 악수로 작용하고 말았다.

 

오공을 본인들이 밴한 상황이라 아리와 연계할 정글러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리 신 픽까지 강제되었고, 이후의 밴픽인 브라움과 사이온은 주도적으로 메이킹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챔피언들이라 유일한 AP 딜러인 아리와 유통기한의 압박에 시달릴 리 신에게 메이킹 부담이 가중되었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