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의 '5세트'
성승헌: 양 팀 모두 클러치로 대화를 했습니다.
윤수빈: 두 팀 모두, 앞으로 LCK 역사에 길이 남을 듯한 명경기를 펼쳤습니다.
극초반부터 제우스가 기인에게 솔킬당하고 나르를 봐주러 돌거북 주변에서 서성이던 오너도 재빨리 합류한 신 짜오와 탈리야에 의해 죽으면서 제이스가 갑자기 엄청나게 커버렸다. 전령 싸움에서 T1이 전령은 먹었으나 추가적인 이득을 보기
위한 교전을 여는 과정에서 잘 큰 제이스 + 현월수호를 켜고 한 틱으로 살아난 신 짜오에 의해 소규모 교전에서도 대패하며초반부터 게임이 제대로 엎어져 버렸다. 이 한타 패배로 킬 스코어 0:5, T1 전원이 0/1/0을 기록하게 되었다. 그나마
잘 버티던 바텀도 갱을 받아 잘렸고 노틸러스의 로밍에도 살아가던 그라가스마저 재차 이어진 로밍에 결국 죽어버리면서 13분 킬 스코어 7:0, 기인의 제이스가 4/0/1이 되어버리는 등 KT가 게임을 폭파시키고 만다.
불리한 상황에서도 T1은 홀로 남은 바루스를 향해 진격하여 온몸비틀기로 바루스-노틸러스를 따냈고 이어 한발 늦게
도착한 탈리야까지 페이커가 바텀 2차 타워 다이브로 잡아내며 어느 정도 만회하는 듯한다. 하지만 바로 그 이후 탑을 밀던 자야가 부패의 사슬과 폭뢰 연계에 허망하게 잘려버리고 바텀에서 라인 관리를 하던 나르가 리헨즈의 신들린 예측
그랩으로 터지면서 T1에 도무지 호재라고 불릴 상황이 보이지 않았고 누구 하나 제대로 큰 사람 없이 골고루 데스를
적립한 T1이 이대로 신명나게 얻어터지다 GG를 치고 마는 결과가 눈에 보이는 듯했다.
수세에 몰린 T1은 KT의 몸이 바텀에 쏠린 틈을 타 몰래 바론을 통해 활로를 뚫어보려는 결단을 내렸고 이는 곧 KT의
대퍼를 이끌어낸다. 탈리야의 궁, 제이스의 순간이동으로 바론 지역에 빨리 합류하긴 하나 탈리야는 바론 쪽을 가로로
가르면서 위쪽에 내린 탓에 제이스 쪽과 분단되고 바론 딜을 많이 받게 됐고 제이스는 순간이동을 타는 중 부쉬에 설치된 상대 팀 핑와를 봤지만 가속 관문 포킹에 집중하느라 아랫쪽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 이 틈을 날카롭게 파고든 그라가스의 몸통 박치기-궁극기 콤보가 제이스에게 작렬하며 여기에 라칸과 오공까지 덮이자 잘 큰 제이스가 그대로 터져 T1이
한타 대승, 엎어지기 직전까지 갔던 게임을 슬쩍 일으켜 세우면서 대반격의 서막을 올린다. 다만 T1이 3:1 교환으로 이득을
보지만 체력이 많이 빠져 바론을 먹진 못하고 상대 용을 끊는 선에서 만족해야 해 여전히 많이 불리한 상황.
그러다 24분에 바론 근처 강가에서 T1의 오공이 먼저 물리면서 생존을 위해 궁극기인 회전격을 써버리게 되고 이에 KT는 과감하게 T1의 블루 정글로 진입했다. 하지만 여기서 그라가스가 갑자기 상대 노틸러스 쪽으로 몸통 박치기를 사용했지만 허공을 가르면서 순간적으로 그라가스는 상대팀 사이에 혼자 덩그러니 노출된 모양새가 되었다. 이에 KT는 옳다구나
하면서 그라가스를 물었는데 그라가스가 물리면서 궁으로 제이스를 토스하자 KT의 진형이 붕괴되었고 물렸던 그라가스는 오히려 초시계로 한 타임을 버텨내면서 상대 스킬들을 모두 흡수한다. 그 사이에 좁은 지형에 몰린 제이스와 신 짜오가 라칸의 궁극기에 이은 에어본 연계로 아무것도 못 하는 사이 광역딜을 맞고 그대로 폭사하고 이어지는 추격전에서 T1이
에이스를 띄우면서 바론을 가져가고 이 시점에서 양 팀의 글로벌 골드 격차는 1천 골드 미만으로 좁혀지게 된다.
이어진 용 한타에서는 KT가 3용을 앞두고 있는 상황. T1은 오공을 용 둥지 훨씬 밑에 두고 용 둥지 안에는 그라가스만을
배치하여 신 짜오가 들어오면 용을 거저먹는 상황을 만들어준다. 그리고 이걸로 짜오를 제대로 낚아 KT의 딜러진을
지켜주던 신 짜오가 사라지자마자 뒤로 돌았던 라칸을 시작으로 어그로를 받아내고 있던 오공까지도 후방에 진입하여
궁으로 상대를 갈라놓고 바루스-제이스 중심의 딜러진을 녹여 한타를 대승을 이뤄내면서 5~6천차였던 골드 차를 드디어 역전한다. 이 과정에서 KT가 3용을 획득하긴 했지만 초반에 따 두었던 격차가 전부 잡혀 불리해진다.
바론이 리젠되고 난 후 T1은 바론 시야 장악을 하고 있던 노틸러스를 물어 끊어내는 데 성공하고 바론을 쳐서 상대를
불러들인다. 여기서 라칸의 부쉬 기습으로 상대 딜러진을 무는 한타를 계획했지만 한타를 위해 바론 둥지에서 나왔던
그라가스를 노리고 날린 바루스의 궁극기가 하필 진입하던 라칸에게 정확하게 맞아버리는 바람에 라칸은 폭사하고 양팀 정글러들까지 교환되면서 손해를 보게 된다. 하지만 이후 미드 라인에서 걸어다니던 그라가스를 노리려고 바루스와
탈리야가 설계를 하지만 그보다 한발 앞서서 매복해있던 자야가 바루스를 기습해 솔킬내고 궁극기로 합류했던 탈리야까지 죽으면서 순간적으로 KT에 큰 인원 공백이 생겨서 게임이 끝날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이에 신 짜오가 목숨을 바쳐 가며
쌍둥이 타워 앞에서 현월수호를 키면서 버티고 라인을 지워버리자 바루스 리젠 시간이 다가와서 가까스로 KT는 위기를
넘기게 된다.
어쩔 수 없이 바론으로 회전하여 2번째 바론까지 획득한 T1은 바텀을 미는 가운데 탈리야가 바텀 억제기 타워 밑쪽에서
절묘한 지각 변동으로 라칸과 오공을 땡겨버리면서 라칸은 터져버리고 위쪽에서 이를 커버하려던 나르마저 죽는 사고가 발생한다. 덕분에 바론을 먹히고 불리한 상황이었던 KT는 바람 영혼까지 챙기는 데에 성공했다. T1의 나르와 라칸이 모두 부활한 뒤 다시 한 번 바론 버프를 앞세워 사이드 억제기를 모두 밀어내는 데에 성공하고 페이커의 좋은 스킬 활용으로
신 짜오의 수호 천사까지 뽑으며 먼저 죽이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직후 5:4의 상황에서 라칸과 메가 나르의 스킬을
잘 흘려내며 반격한다. 혼전의 상황, 에이밍의 바루스가 이 한타에서 크게 활약하면서 쿼드라 킬, T1 선수 전원을 잡아내며 3:5 교환으로 에이스를 띄우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억제기가 2개나 나간 상황에서 넥서스 앞에서 혼자 살아있는 바루스가 무얼 하기는 어려워 라인 정리만 가까스로 하는 상황.
이후 부활한 KT 5인방은 바로 바론을 먹고 빠진다. 이 과정에서 신 짜오가 자야의 깃털에 속박된 뒤 그라가스의 궁극기를 맞고 나르의 평타가 날아와 사망하지만, 나머지 인원들은 바론을 획득하는 데 성공한다.
바론을 먹은 KT는 정글의 공백에도 미드 억제기만을 내주고 쌍둥이를 지켜냈고 게임은 45분경 장로 한타로 이어졌다.
KT가 시야를 뚫는 과정에서 오공을 발견하자마자 리헨즈의 노틸러스가 빛과 같은 속도로 오공을 마크했고 그대로
끊었지만 그 과정에서 T1의 본대를 마크하던 커즈의 신 짜오도 잘렸다. 신 짜오가 버티면서 KT의 진영 쪽으로 최대한
이동해 탈리야가 빨려들어온 라칸을 토스하고 바루스의 포킹으로 라칸까지 잡아낸다. 덕분에 3:4 상황에서 탈리야는
집으로 귀환하여 잠시 3:3 상황이 펼쳐진다. 이 한타에서 그라가스가 솔방울탄으로 숨어들어가 암흑시야인 용 둥지 안에서 페이커의 그라가스의 특유의 콤보로 이어지는 이니시로 바루스를 물었지만 자야가 호응을 위해 앞돌풍을 쓰고 제이스
해머를 맞지 않으려고 궁극기까지 소모해서 생존기가 다 빠져버린 타이밍에 막 돌아온 노틸러스 궁과 탈리야의 연계에
죽어버리고 이후 그라가스까지 정리당하며 KT가 장로 드래곤을 획득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후 KT가 장로 버프를 앞세워 미드 탑 억제기를 밀어내고 바론 앞에서 한타가 진행되기 직전까지 갔으나 본진을 막으러 간 KT의 빈틈을 T1이 빠르게 파고들어 바론을 획득하고 스틸을 위해 점멸까지 써서 진입한 신 짜오 또한 덤으로 잡아낸다.
결국 게임은 2번째 장로 드래곤까지 흘러오게 되는데 KT가 먼저 미드 라인을 민 걸 바탕으로 레드 윗쪽 부쉬에 매복해
있었고 노틸러스가 2분 전 레드 지역에 와드를 박은 스노우볼로 나르와 그라가스가 지나가는 걸 체크하고 노틸러스가 그라가스를 귀신같이 잡아채 끊어내고 나르까지 수호천사가 켜진 상황으로 만들었지만 이어진 상황에서 케리아의 라칸이
슈퍼 플레이로 KT의 딜러진을 묶으며 길목을 막던 신 짜오가 고립당해 역으로 잡히고 나르까지 기적처럼 살아나가며
1:1 교환에 그치고 만다. 밸류 자체는 그라가스가 훨씬 높지만 먼저 죽은 그라가스가 부활하기까지 신 짜오보다는 좀 더
짧은 시간이 걸릴 뿐더러 순간이동까지 보유하고 있어 가만히 있어 대치만 하고 있으면 그라가스의 텔 이후 T1이
정리하거나 인원 수 차이를 바탕으로 짜오가 오기 전에 장로 버스트로 먹는 그림이 나올 게 뻔한 상황. 게다가 이러한 점
때문에 마음이 급한데 상대는 정글이 살아있어 장로 버스트를 노리는 것도 불가능했다. 결국 KT에게 남은 수는 그라가스가 부활하기 전에 한타를 여는 것뿐이었고 바루스의 궁극기로 먼저 이니시를 시도하지만 빗나간다. 이를 확인한 자야가
앞돌풍을 하면서 시작된 장로용 한타에서 라칸이 노틸에게 물린 자야를 발판으로 삼아 KT의 뒷라인 딜러진에게 파고들고 노틸러스의 이니시를 저항의 비상으로 흘려낸 자야가 이에 곧바로 점멸로 합류하며 KT의 뒷라인이 순식간에 쓸려나가
T1이 대승 5세트의 최종 승리를 눈 앞에 두게 된다.
그러나 바로 이때 기인의 제이스가 T1의 쌍둥이 타워로 밀려 들어가는 어마무시한 양의 미니언 무리에 텔레포트를 타면서 백도어를 시도한다. 잘 큰 제이스의 강력한 전투력과 엄청난 미니언 웨이브를 바탕으로 쌍둥이 타워 2개를 순식간에 밀고 이를 방어하던 나르를 빈사 상태로 만들지만, 한타가 끝난 순간부터 이미 인원배치를 준비 중이었던 T1이 오공과 라칸을 합류시켜 제이스를 잡아내고, 나머지 인원인 그라가스와 자야는 늦게 부활하여 집을 지키는 신 짜오를 처치하며 길고
긴 싸움 끝에 결국 T1이 5세트를 가져온다.
한 판 뒤집기가 아닌 몇 판일지도 모를 연속 뒤집기와 수 싸움들이 제대로 나왔다. 분명 초중반까지는 사실상 KT의
완승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게임이 터져나갔는데 페이커의 그라가스가 KO 직전까지 갔던 게임을 혼자서 일으켜
세우는 슈퍼 플레이를 연속으로 터트리고 케리아가 질세라 이를 보좌해주면서 T1이 말도 안 되는 역전을 이루어냈다. 다만 KT 입장에서도 쉽사리 쓰러지지 않았고 게임의 흐름이 바뀐 뒤로도 날카로운 메이킹 능력으로 T1을 긴장시켰지만 결국
최종 승자는 T1이었다. 이번 LCK를 통틀어서도 역대급 경기가 플레이오프에서 나왔다는 평이다. 스프링 최장 시간과
스프링 최다 킬 경기가 이번 경기에서 나왔으며 보통 한 세트는 10분 이하 정도로 뽑혀나오던 LCK 공식 채널의 하이라이트가 이 세트 하나만으로 무려 17분이나 뽑혀나왔을 정도로 치열했던 경기였다.
KT 입장에서 가장 큰 패인은 대치 구도의 유리함을 살리지 못했다는 점. 라인전부터 터뜨렸던 게임이고 제이스, 바루스,
탈리야가 무난하게 잘 성장해 대치 구도에서 시간만 끌었어도 계속해서 포킹에 맞으며 T1 챔피언들이 체력 관리에 애를
먹었을 텐데 모두가 한타에서 변수를 창출할 수 있는 T1을 상대로 포킹도 제대로 안 한 채로 자신들이 벌려놓은 격차만
믿고 한타를 열었다가 T1의 연이은 슈퍼 플레이에 주도권을 넘겨주었다. 특히 그라가스의 술통 폭발 대응이 잘 안 됐던 점이 컸다. KT가 라인전 단계에서 게임을 심각하게 터뜨려놔서 개인 방송으로 게임을 중계하던 강퀴 해설위원이
"그라가스의 슈퍼 플레이가 3번은 나와야 이길 수 있다"는 말을 했는데 실제로 그 일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그나마 KT도
흐름이 넘어간 상태에서도 클러치 플레이를 연달아 보여주며 역전당한 게임을 도로 뒤집어내는 괴력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결국 승리는 조금이라도 더 집중력을 유지하고 있던 T1에게 넘어갔다. 이전 경기에서 비디디가 트페 전승인 이유를 보여줬다면 이번 경기에서는 페이커가 그라가스 전승인 이유를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겠다.